UPDATED. 2019-04-24 21: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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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동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대전 동구 일대.2019년, 대전시정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7030’이다. 대전시가 출범한 지 70년, 광역시로 승격한 지 30년이 된 뜻깊은 해라는 점에서다. 시로서의 70년, 광역시로서의 30년을 더해 100년. 이 역사의 토대에서 향후 100년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 나갈지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제안이 수렴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전의 정체성을 톺아보는 일이다. 대전의 경계를 크게 휘둘러 병풍처럼 펼쳐진 대전둘레산길과 갑천·유등천·대전천 등 3대 하천 길을 따라 대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대전시의 발전, 대전시민 삶의 만족도 제고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대전은 예부터 ‘한밭’이라 했다. ‘큰 밭(들)’이라는 의미다. 이 큰 밭은 길게 뻗은 산들의 품에 살포시 안겨 대도시를 형성했다.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형성됐고 이 편리한 교통망은 지역 발전을 빠르게 견인하는 중요한 인프라로 작용했다. 대전 토박이보다 대전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이유다. 대전둘레산길은 이러한 대전의 역사를 더 큰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교육장이자 관광자원이다. 평면이 아닌 3D로 대전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이기도 하다. 대전의 발전이 어디서부터 시작돼 어떻게 확장했는지 공간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보문산에서 시작해 오도산, 만인산, 마들령, 식장산, 계족산, 금병산, 갑하산, 빈계산, 구봉산, 다시 보문산으로 이어지는 133㎞, 340리 대전둘레산길 여정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긴 여정의 시작대전의 산들을 연결한 대전둘레산길은 모두 12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1구간당 평균 10㎞, 대략 6시간 코스다. 1구간 보문산길은 보문산 청년광장에서 출발해 시루봉, 보문사지 갈림길,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구완터널 상부, 오도산, 금동고개로 이어진다. 거리는 9.3㎞, 약 6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한밭도서관에서 하차해 여정을 시작하면 되는데 1구간 시작점인 보문산 청년광장까지 워밍업이라 생각하고 20여 분 정도 산행을 하면서 봄꽃 감상하며 몸을 푼다. 고촉사에 오르는 길부터 본격적인 1구간의 시작인데 경사도가 만만찮다. 천천히 숨 고르면서 뚜벅뚜벅 걷다보면 보문산 최고봉인 시루봉(해발 457m)의 턱밑까지 다다를 수 있다. 고촉사(高燭寺)에선 대전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데 눈 여겨 볼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고촉사의 이름에도 녹아 있는 미륵상을 닮은 촛대 모양의 바위다. 기괴하면서도 영물의 포스가 느껴진다.고촉사에서 시루봉까진 데크 계단길로 연결돼 있다. 하얀 산벚꽃과 다홍빛 철쭉·진달래, 노란 개나리 등 봄꽃의 향연을 느끼면서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면 금세 시루봉에 도달한다. 시루봉 평평한 곳에 자리한 보문정(寶文亭)에 오르면 확 트인 조망이 눈에 들어온다. 대전둘레산길의 의미가 확실하게 각인되는 것도 바로 여기서부터다. 보문산성 장대루(將臺樓)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전망이 압권이다. 대전 발전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대전역(철도트윈타워) 주변 원도심과 동구의 신흥개발지구인 가오동이 시원하게 펼쳐진다.대전의 모태산이라고 할 수 있는 보문산은 원도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전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시민의 자연휴식공간으로 개발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지금은 폐쇄됐지만 대전 최초의 케이블카가 설치된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1987년엔 놀이기구들을 모아놓은 ‘그린랜드’가 문을 열기도 했다. 대전시민의 추억을 간직한 곳이 바로 보문산이다. 그러나 1993년 대전엑스포와 맞물려 둔산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도심이 서구로 옮겨갔고 원도심 쇄락과 함께 보문산의 역할·기능도 시들어 갔다. 다행인 건 최근 보문산에 대한 투자가 다시 시작되면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거다. 드넓은 도시 숲 공원답게 다양한 등산로가 개발되면서 생태공원으로 복원되고 있다. 황량했던 그린랜드 자리는 목재문화체험장으로 탈바꿈했고 보문산성도 말끔하게 재정비돼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원보문산인 보문산 대사지구와 대전오월드, 뿌리공원 등을 연계해 거점관광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 보문산은 ‘보물이 묻혀 있다’는 다양한 전설을 간직해 보물산으로 불렸는데 보문산이 진짜 보물산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 이사동 유교민속마을의 숨결시루봉에서 하산하다 보면 이사동전망대를 만나게 된다. 웅장한 식장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산 아래 가오동과 낭월동 아파트단지들이 길게 펼쳐진다. 계속 하산길을 타면 오월드로 가는 임도와 만나게 된다. 보문산에서 오도산으로 넘어가는 산 능선 중간지점부턴 최근 마련된 ‘이사동 유교민속마을누리길’과 겹친다. 이사동 유교민속마을누리길은 송응수 묘역에서 시작해 용바위, 절고개, 오도산, 고모재, 소화동천으로 이어지는 6㎞ 구간인데 절고개 인근부터 오도산 정상, 고모재 인근까지가 대전둘레산길 1구간과 길을 함께한다.이사동(二沙洞)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옛 상사한리(上沙寒里, 웃사라니)와 하사한리(下沙寒里, 아랫사라니)가 합쳐진 이름이다. 은진 송씨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유학자인 동춘당(同春堂) 송준길이 부친상을 당해 시묘하려고 지은 재실 ‘우락재(憂樂齋)’와 구한말 송병화가 후진양성을 위해 지은 정자 ‘영귀대(靈歸臺)’ 등이 남아 있다. 이사동을 굽어보는 오도산은 의병장 이규홍이 일제에 맞서 싸운 격전지이기도 하다. 이곳은 은진 송씨가 1392년 이후 살기 시작해 500여 년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1000여 기가 넘는 묘들이 자리하고 있어 조선시대 장묘문화를 배울 수 있다. 또 재실과 학문을 강론하던 강당까지 도심빌딩 숲 한켠에서 전통문화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보문산 넘어 오도산으로계속해서 하산길을 타다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구완터널 위를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오도산 등정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그리 겁낼 건 없다. 완연한 봄, 연한 신록(新綠)과 진한 초록이 어우러진 신선한 숲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힘들다는 생각보단 마음 속 치유, 힐링의 순간을 마주하는 기쁨을 얻게 된다. 군데군데 흐드러지게 핀 산벚꽃과 산철쭉, 진달래, 개나리가 어우러진 ‘산의 봄’은 그 자체로 지친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 역할을 한다. 올라온 길을 더듬어 살펴보면서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금세 오도산(336m) 정상과 마주한다. 나무계단을 다 오르면 곧 큼지막한 돌무더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오도산 정상임을 알리는 신호다. 오도산에선 보문산 시루봉과 식장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탁 트인 전망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잡으면 정자 하나가 또 발길을 잡는다. 사한정(沙寒亭)이다. 사한리, 지금의 이사동에서 이름을 따온 거다. 정자에서 풍류의 맛을 느끼면서 잠시 피로를 푼다. 1구간의 종착지인 금동고개까진 큰 어려움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오히려 금동고개에서 하산 하는 길이 무척 가파르게 펼쳐져 있어 조심해야 한다.글·사진=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문화 | 태한프레스(thpress) | 2019-04-24 21:00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산(山)은 인간의 목표 지향점이 된다.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이다. 갑갑한 빌딩숲에 갇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우리네에게 산은 삶의 여유를 위한 탈출구이자 묵은 체증을 해소해 줄 힐링(healing)의 원천이 된다.대전시는 사방이 병풍처럼 펼쳐진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지형 속에서 도시발전을 거듭해 왔다. 대전의 모태산이라고 할 수 있는 보문산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오봉산, 금병산, 갑하산, 계룡산, 빈계산, 구봉산으로 이어지는 대전의 산들은 대전의 역사와 대전시민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엄마의 품’ 같은 존재로 그 역할을 다 해왔다.대전의 산들을 길로 이어놓은 대전둘레산길은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대전시를 360도 파노라마 영상으로 눈에 담으면서 대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둘레둘레 133㎞ 대전둘레산길을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거닐다 보면 이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대전둘레산길 원정이 그 첫 발을 내딛는다.사진은 대전 서구 구봉산 위에서 헬리캠 촬영으로 바라본 대전시 전경.글=이기준 기자사진=전우용 기자(헬리캠 촬영)

문화 | 태한프레스(thpress) | 2019-04-24 20:30